[김나현 학생]
문학을 통한 문화 교류와 역사적 갈등 극복의 여정
한국어교육학과의 전공생으로서, 문학을 통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일본과 한국의 역사적 갈등을 해결하는 매개체로 문학을 활용할 수 있을지 탐구하고자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겪은 모든 일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가지를 꼽자면,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전시관에서의 경험과 일본 대학생들과의 교류회 활동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전시관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사진을 포함한 모든 자료가 사실 그대로를 숨김 없이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에서 주최하는 자료관도 방문해 보았지만, 같은 자료를 활용한 전시라 해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책이나 학교에서 접했던 자료들이 얼마나 많은 검수를 거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자료를 접하며 알고 있던 배경지식을 보완할 수 있었고, 잘못 알고 있던 정보도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역사는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달았고, 그렇기에 역사적 사건을 바라볼 때는 무엇보다 객관적인 시각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또한, 일본 대학생들과의 교류회 활동은 저에게 첫 교류회 경험이었습니다. 그것도 일본에서, 한국 측 학생 대표로 발표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교류회에서 일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윤동주 시인에 대해 발표했던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지만, 문학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몸짓과 몇몇 단어를 활용해 대화를 이어 나가는 과정은 무척 즐거웠습니다. 간단한 대화였지만, 그 속에서 문화와 생각이 오가는 경험이 신선하고 의미 있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국적이나 역사적 갈등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런 경험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 나가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대와 걱정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함께한 언니들이 잘 챙겨준 덕분에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은 ‘당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계획한 일정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일본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차표를 어떻게 구매해야 할지 몰랐던 일, 길을 찾는 일이 어려웠던 순간,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팀원들과 함께 차분히 해결책을 찾아가며, 모든 일들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많은 것을 배우고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습니다.
[강승연 학생]
함께 만들어가는 전쟁기억지도
한국 현대문학의 이해 수업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폭력과 억압이 한국 현대문학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특히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규슈 지역에 남아 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을 탐구하고 알리고자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주제가 민감한 역사와 관련된 만큼,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했습니다. 사전 조사를 통해 방문 가능한 장소들을 최대한 많이 찾고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이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강제 징용, 위안부, 침략 등의 역사를 모두 부정한다고 생각했고, 일본인들 또한 같은 시각을 가질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큐슈 지방에 위치한 ‘군함도’는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강제 징용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군함도를 방문하기 위해 나가사키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전쟁과 관련된 장소들을 조사하였습니다. 나가사키는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으로, 원폭 기념관과 평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장소들이 팀의 해외 수행 목적과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조사 끝에 원자폭탄 피해자 중에는 강제로 일본으로 끌려간 한국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끝내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한국인의 역사를 마주하며, 이 또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역사임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나가사키에는 일본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평화자료관’이 있었습니다(기타큐슈에는 TICO PLACE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전쟁 피해를 비교적 솔직하게 정리하여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방문하며 기존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일본 내에서도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를 하나만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일정 내내 깊은 울림과 배움이 있었습니다. 전쟁 기억 장소들을 방문한 후에는 직접 경험한 감정과 여운을 정리해야 했고, 일본 대학생들과의 교류회를 통해 비록 소수였지만 일본 청년들의 역사 인식을 엿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하나 값지지 않은 순간이 없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역사를 보다 깊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일본을 여행할 때 역사적 사실을 조사하고 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 또한 나가사키, 히로시마, 군함도와 같이 전쟁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장소를 제외하면, 일본에 우리 역사와 밀접한 전쟁 관련 장소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통해 일본의 전쟁 관련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아직 가보지 못한 규슈 지역의 전쟁 기억 장소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을 여행하는 분들도 이러한 장소를 알고, 조사하여 방문을 고려하며, 함께 ‘다크 투어리즘 지도’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팀마다 다르겠지만, 철저한 조사는 보다 깊이 있는 경험과 결과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은 학기가 끝나자마자 일주일간의 일정을 바로 수행했는데, 학기 중에도 시간을 내어 조사하고 준비했음에도 막상 현장에서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도, 교류회를 진행할 때도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역사와 관련된 프로젝트일수록 사전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팀이라면, 더 꼼꼼한 조사를 통해 아쉬움 없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길 바랍니다.
[임제서 학생]
마음에 새긴 흔적
과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화합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역사가 남아있는 일본에서의 다크투어리즘을 통해 올바른 역사를 기억하고 양국이 화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멋지다고 생각해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본 규슈지역에서의 다크투어리즘은 역사의 흔적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던 귀중한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둘째 날 갔던 군함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배가 점점 가까워지며 보였던 검은 콘크리트 건물들은 마치 불에 탄 폐허처럼 느껴졌어서 첫 인상부터가 강렬했다. 나에게 군함도는 조선인 강제 징용의 아픔이 있는 장소이다. 때문에 섬에 발을 딛기 전부터 무거운 공기가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내가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군함도를 안내해 주신 가이드분과 같은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은 농담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나눠주었던 팸플릿은 물론 가이드분의 소개까지 강제 징용에 대한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고, 과거 일본의 근대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자랑스러운 장소를 소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역사적 기억이 어떻게 선택적으로 전해질 수 있는지를 실감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숙연했던 우리와 주변의 분위기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가 혼란스러웠다. 가장 컸던 감정은 허탈함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외면받고 있는 강제징용 희생자분들께 죄송한 감정이 들었다. 가이드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곳이 번영했을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 각종 문화시설 이야기를 들은 후 배로 돌아가기 전 우리끼리 잠깐 멈춰했던 묵념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길었던 묵념이었다.
수행을 위해 매일 들렀던 많은 자료관과 전시관들은 전쟁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했던 생존자들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다음날이 되어도 그다음 날이 되어도 방문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무뎌지지 않았다.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정말 많이 보았다. 또 설명을 통해 전쟁 상황에서 생명이 얼마나 쉽게 다뤄졌는지 알게 되었다. 문득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떠올랐는데 이 말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우리의 다크투어리즘을 잘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행하는 활동의 무게감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전쟁을 담고 있는 자료관들을 돌며 각각의 생명이 가진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봤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깊이 깨달았다. 이렇게 깊이 성찰해볼 수 있었던 데에는 한일 국적을 떠나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기억하도록 애쓰시는 분들의 노고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용기와 진심이 이번 수행 내내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사진을 많이 찍었던 것이 그때의 기억들을 더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다녀와서 보고서를 쓸 때도 도움이 많이 되고 개인적으로 추억을 간직하기에도 좋다. 다음 참가자들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그날그날을 많이 남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터뷰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영상과 녹음으로 둘 다 남기는 것이 좋은 것 같다.